차마고도(茶马古道)의 시작점이기도 한 이무(易武)지역은 보이차가 역사에 모습을 나타낸 이후 수백년동안 언제나 정상의 자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보이차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이무지역의 대표산지로는 7촌 8채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마흑채 입니다.

이 차는 2010년 생산되었습니다. 맹해경운차창이 북경유씨차업에 인수된 후 의욕적으로 대수차, 고수차들의 제작을 시작한 초창기의 제품입니다. 2010년 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차들의 수확량이 무척이나 줄었는데, 그 반대급부로 차품은 뛰어난 모차들이 많이 생산되었지요.

마흑채는 행정구역상 서쌍판납의 맹랍현 이무향에 속해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큰길가(大路邊) 라는 의미를 지닌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마방들이 라오스에서 이무까지 거칠고 먼 길을 오다보면 이곳 '큰길가' 마을에 도착할 때쯤 어둑어둑(麻黑黑)해지기 마련이라 이를 일컬어 마흑(麻黑)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2010년 갓 만들어졌을 때의 병면입니다. 포장을 펼치면 시원하고 신선하면서 파릇한 쇄청모차 특유의 청향이 코를 찔렀습니다. 우린 차탕은 마치 청차를 연상케 할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향긋했네요. 생산 당시에는 기존에 보기 힘든 이무정산 순료차의 파격적인 향미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듯 푸릇하던 병면에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넘쳐 사방으로 기운을 뿌리던 건차 상태에서의 강렬한 향은 어느새 담담히 변해 병면위에서만 감돕니다. 이 정도면 지학(志學)은 넘었고 불혹(不惑)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연배쯤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8g 정도를 우려봅니다.

좋은 원료에 잘익은 쇄청모차의 향이 개완 주위로 퍼져나옵니다.

예나 지금이나 단맛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심심한 물맛이 아니라 고수차답게 입안을 꽉 묵직하게 채우며 전해지는 단맛입니다.

흔히 포랑의 차는 패기가 강해 남성적이고 이무차는 부드러워 여성적인 면이 있다고들 합니다. 이 차는 대표적인 이무차 답게 구감이 부드럽고 단맛 또한 매우 좋습니다만 중기차의 묵직함 가운데 혀에 얹히는 무게감이, 부드럽다고 차기가 약하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오룡차처럼 푸릇하고 화사하던 청향은 중기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얼핏 노차로 가는 과정에서 간혹 만날 수 있는 옅은 베이비파우더향 같기도 합니다. 불과 몇년 전과도 또 다른 향입니다. 보이차에는 향기에 관련된 성분만해도 수십가지가 넘는다는데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30년을 더 소장한다고 가정하면 이 차가 그 동안 몇번이나 더 변화할 지 저도 궁금해 집니다. 아마 대부분은 그 전에 소비되어 사라지고 말겠지요.

10포 가까이 우려도 차성이 유지 됩니다. 내포성도 문제없고 회감 또한 너무 좋아서 마시고 난 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이무정산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최정상급 고수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수차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있는 튼실하고 두툼한 엽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