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쏙 드는 숙차를 만났습니다.

흥해차창에서 출품한 반장교목생태병차 입니다. 400g 규격이네요. 생산일이 2005년으로 찍혀있는데 그렇다면 20년 진기 노숙차인셈입니다.

건창으로 잘 보관되어 건차상태의 병면에서 창미(倉味)나 기타 잡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슬슬 노차 반열에 들어서서 그런지 숙차 특유의 쩐내조차 별로 없습니다.

뒷면도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보입니다.

오래 묵은 차이니만큼 세차는 조금 넉넉하게 하고 1포는 비교적 짧게 10초 이내로 우렸습니다. 아직 덜 우러나 탕색은 맑은 편입니다.

그리고 첫 포를 입에 머금었는데... 이게 뭐지? 싶습니다. 노차답게 시골집 향같은 약간의 노미가 느껴지는가 싶더니 삼킨줄도 모르게 목젖을 넘어가 버립니다. 거슬리는 숙향 숙미는 거의 없고 구감이나 목넘김이 너무도 깔끔합니다.

2포, 3포에도 처음의 좋은 느낌이 이어집니다. 우릴수록 탕색이 진해지며 바디감과 단맛이 올라오네요. 개인차야 있을수 있겠습니다만 이 정도면 딱히 크게 꼬집을 만한 단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거의 완성형에 가까워진, 숙차스럽지 않은 숙차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거듭 마셔봐도 이 정도 차라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숙차를 좋아하는 분들은 물론 평소 숙차를 즐기지 않는 분들이라도 속이 불편해 생차가 좀 부대낀다 싶은때는 이런 차를 한 잔 마셔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라면 편당 10만원 이상을 호가해도 이상하지 않을 차입니다. 위기속에 기회라더니 숙차를 즐기는 분들, 아니 차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지금이 정말 좋은 기회일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