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비싼데 싼(?) 고급차를 소개합니다.

2012년 진미호에서 출품한 '고죽산' 입니다. 보이차를 즐기는 분들 가운데서도 진미호 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실제로 차를 마셔본 분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거 같습니다. 거기에 비교적 초기 출시된 2012년 차들은 상대적으로 더 희소해 아마 접해본 분들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네요.

시간이 지나 빛이 좀 바랬지만 '소경곡 고죽산 임진년추(壬辰年秋)' 라는 표시가 보입니다.

고죽산은 보이차구의 경곡현 근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원래 경곡지구는 운남백차 경곡대백호로 널리 알려진 곳인데 고죽산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규모의 재배형고차수 자원이 있는 곳입니다.

아마도 신차였을 때는 암록색이었을 병면이 10여년의 시간이 지나면 황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진미호의 컨셉이 원래 순료 고수차를 표방하는만큼 건차상태의 병면만 봐도 양질의 원료를 썼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관상태 또한 거의 완벽합니다.

첫 포를 입에 머금는 순간 여러 말 할 필요없이 좋은 차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은은한 차향과 함께 입안 가득 채우는 포만감과 선명하게 느껴지는 보이차의 단맛이 진정한 고수차가 뭔지를 잘 알려줍니다. 원래 '춘화추향'이라 가을차는 봄차에 비해 차기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향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차는 굳이 의식한다거나 봄차를 함께 마셔보지 않는다면 가을차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포를 거듭해 마셔봐도 맛있는 차임을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하지 않은 고삽미에 선명한 단맛이 좋은 밸런스를 이루고 있고 회감도 무척 빠릅니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자주 접하는 유명산지나 육대차산지역의 차들과는 다른 독특한 풍미가 이 차만의 개성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게 더 마음을 끄는 요소입니다.

수많은 그저 그런 차들 가운데 기본을 탁월하게 지키면서 개성을 한 스푼 더한 차는 언제나 그만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개성은 다름이지 틀림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이 차는 충분히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