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마셔도 좋은 완성형 노(老)숙병을 소개합니다.

중차패(中茶牌)로 생산되었는데 정확한 진기는 확인할 길 없으나 소장가에 따르면 90년대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보수적으로 잡아 99년으로 소개합니다. 십여년 전 처음 소개할 때도 이미 노차 풍미를 느낄 수 있던 검증된 진년노차입니다.

외포장이 거미줄처럼 얇은 박지(薄紙) 스타일의 지질(紙質)입니다.

포장이 얇다보니 공기의 유통이 쉬울테지만 특별히 험하게 다루지 않았어도 보관과 운반 과정에서 쉽게 손상받을 수 있습니다. 개별 차품에 일부 외포장의 탈락이 있을 수 있으니 이 점은 양해바랍니다. (차품 상태에 따라 보관 편의를 위해 별도로 추가 면지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병면을 살펴보면 노랗게 잘 익은 어린 잎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뒷면 역시 금아들이 골고루 깔려 있습니다. 병면 중심부를 살펴보면 철병 특유의 돌기(乳丁)들이 보입니다.

5g 정도를 우려봅니다.

첫 포를 마실 때 부터 노차다 라는 느낌이 바로 듭니다. 진득하게 보이는 탕색처럼 차탕에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단맛이 진년숙차다운 특유의 노미(老味)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불쾌한 잡미나 숙향 숙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쓴 맛(苦味)과 떫은 맛(澁味)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10포 이상 우려도 맛과 향이 변함없고 거듭 우릴수록 부드러움과 단맛이 기분좋게 입안을 가득 채워줍니다. 일상에서 편안히 마시기에는 진기 10년 내외의 가성비 좋은 숙차들로도 충분합니다만 그런 차들에게서 2% 아쉬운게 세월의 무게감이랄까? 그런 맛이죠. 그 부족한 부분을 이 차에서 채울 수 있습니다.

노차는 마실수록 소모되어 갈수록 희소해지는게 정상입니다. 10여년 전만해도 조금 어렵더라도 인급차를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 처럼 생/숙을 떠나 아직 손에 닿을 때 괜찮은 노차 몇 편쯤 콜렉션에 추가해 두는 것은 좋은 일이고, 또 행복한 일입니다.